일기

2024년의 마지막 날

에르제영 2024. 12. 31. 17:05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4년의 마지막 날이다.

 

최근 몇일 동안 감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몸도 안좋은데 세상에도 흉흉한 소식들이 가득하고, 맘처럼 되지 않으니 우울한 생각들이 가득했던 마지막 주였다.

 

오늘은 또 집에서 쉬면서 휴식을 취했더니 몸도 정신도 조금은 괜찮아진 듯 하다.

원래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한해가 갈수록 허무하게 마지막 날이 지나가는 듯 하다.

 

그리고 또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매년 이맘때쯤 몸이 안좋아서 고생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제작년에는 크리스마스에 코로나에 걸렸고 작년에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그때도 그렇게 활기찬 상태는 아니었던 것 같다.

 

25일부터 감기기운이 발현되어 병원가서 주사맞고 약을 먹고 몸은 좀 괜찮아졌으나 맛을 느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해서 다행히도 휴가가 많이 남아 연말에 휴가를 많이 써두었던 것이 도움이 되어 회보게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했더니 편하게 잘 쉬긴 했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쉰다는 나태한 생각 때문에 또 살짝 괴로웠다.

 

그리고 얼마전 발생한 안타까운 제주항공 참사사건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안좋은 일들만 벌어진다는 것이 우울감으로 다가왔다. 진심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한해 한해 갈수록 즐거운 일은 없어지고 행복을 느낄만한 작은 순간들조차도 사라지는 듯 하다.

매일 이렇게 살면 뭐가 좋을까 조금은 특별하고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봐야겠다 하고 생각은 하지만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평범하게 하루하루 그 자리를 지키면서 열심히 살면 잘 살 수 있다고 누가 말해주면 안되나?

열심히 돈을 벌어서 모으고 돌아봤더니 희망에 어울리는 세상 속 소리는 단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뭔가를 해야되는지 제대로 알면서 살아온 것도 아니다.

그저 단순하게 조금씩 즐기면서 살아가도 된다고 해도 그게 뭔지 모른다.

 

잠깐 사이의 찰나의 즐거움은 나의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런 생각들이 가득하니 요 며칠 더 제한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즐거운 감정이 싹트기가 불가능한 상황들이었다.

 

건강이 최고다. 근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이렇게 감기 한번 걸려서 1주, 2주 고생할만큼 내가 나쁜 잘못을 한것도 없는 것 같은데 한번 걸린 감기로 이렇게 나를 잠식하는 부정적인 생각들 때문에 더 괴롭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21년에 팔리지도 않을 아파트를 사게 된걸까?

3년동안 돈을 많이 모아서 이사가려고 봤더니 집도 팔리지를 않는다. 집으로 돈을 벌겠다고 산것도 아니고 그 당시에 벼락거지 소리 들으면서 집이 필요해서 산건데 내가 산 가격에 팔리지도 않는다.

 

집 한채 사고, 열심히 돈 모아서 또 좋은 집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찬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잘 살수 있는 나라가 아닐까?

지금 나는, 열심히 살고 돈을 모아도 멀쩡한 집한채 살수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원하는 일이 뭔지 모른 채 살고 있다. 새로운 도전이 불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다.

 

출퇴근하려고 보면 이 세상 전체 사람들이 조그만 스마트폰 하나만 들여다보며 살고 있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하기는 커녕 사람보다 스마트폰이 중요한지 만원 지하철 속에서 사람의 어깨에 스마트폰을 갖다대고 시덥잖은 것들을 보기 위해 불편을 야기한다.

 

남들 불편한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본인만 편하면 된다. 

언제 이렇게 인류애가 바닥을 치게 된걸까?

 

안타까운 참사 사고 기사의 댓글에는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더러운 댓글들이 많다.

같은 인간이 저런 말을 할 수 있는걸까 싶은 정도의 안타까운 내용들이 더러 많다.

 

이런 세상 속에서 살면서 어떻게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걸까.

우리의 2025년에는 희망이 있을까?

 

아무튼간에 일단 몸이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다. 입맛이 돌아오면 좋겠다.

약간의 즐거움이라도 살아남았던 그 알량한 용기로 세상을 살아가던 나의 작은 즐거움의 몸체가 돌아온다면 좋겠다.

 

2024년 돌아봐도 남은 것 없는, 빈껍데기만 남아버린 한 해를 고이 보내줘야겠다.

잘가라 2024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