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시골에서 쓰는 일기 #2 - 좋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 명절

에르제영 2025. 1. 29. 11:18

 

으악! 시골에서 벌써 3일째 쉬는 중이다.

어제는 누나네 가족, 친척들이 와서 북적북적대는 하루를 보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오랜만에 본다고 또 반가워가지고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 보니

시간이 잘 갔다.

 

왜 별로 좋아하지 않느냐고?! 흠 ... 그건 비밀!

 

아무튼 이제 햇수로 10몇년을 혼자 살아온 나는 이렇게 복작복작한 명절이 달갑지가 않다.

자고 일어나면, '아침 먹어야지?' 라고 연달아서 물어보는 상황이라던가,

자다가 방에서 나와 화장실이라도 갈라고 치면 '무슨일이냐며' 말을 걸어 붙이는 상황들이 부담스럽다.

 

다 나를 향한 관심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혼자 사는 내가 오랜만에 맞닥뜨리는 상황은 이렇다.

그래도 부모님이랑 있는 시간은 너무 좋다.

 

시골에서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지내다가 집에 오면 또 막상 외롭기도 하고 하고 그렇다.

사람이라는 것이 그 상황에 닥치면 좋은 감정들도 피어나긴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시골에서는 할 게 없다보니 빈둥빈둥 평소에 보지도 않는 티비를 보다가

뭐가 집히면 먹다가 또 잠도 잘 잔다.

 

평소에는 낮잠도 잘 자지 않고 낮잠을 자게되면 밤에 잠이 안오는데

시골에서는 계속 자도 잠이 계속 온다.

 

할게 없다보니 친척들이랑 대화하다가 저녁에는 술 한잔 함께 하는 것이 다인 시골.

그래서 이번 설 연휴동안은 3일 연속으로 맥주를 마셨다. 술은 몸에 좋지 않고 자주 마시면 안좋은데,

'시골이니까 할게 없으니까!' 라는 변명으로 홀짝홀짝 잘도 마셔댄다.

 

친척들이랑은 그동안 해묵은 감정들과 사건들이 많아서 그런지

무슨 행동을 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그리고 삼촌들은 너무 가부장적인 시대를 살아왔던 분들이라 그런지,

'이것 가져와라 저것 가져와라' 하는 식의 요청들이 좋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시골에서의 시간은 빠르게만 흘러가고 곧 연휴도 끝이 난다.

연휴 기간 동안에 이것 저것 하려고 했지만 그냥 푹 쉬다가 왔다. 그뿐이면 다인 것 아닌가?!!!

(누가 뭐래?)


그래도 무엇보다 연휴를 보내고 오면 나한테 가족이 정말 중요한 존재들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아무렇게나 말해도(그러면 안되지만;)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다음날이며 하하호호 웃으며 같이 숟가락을 들면서 아침밥을 먹으면 또 하루가 그렇게 행복하게 시작되니 말이다.

 

이번 설연휴는 눈이 너무 많이 왔다.

그래서 더 시골집에 갇혀있었는지도 모른다.

시골이 강원도라서 정말 지겹도록 눈이 내렸다. 한시도 쉬지 않고 눈이 내렸다고 해야하는 것이 맞을 정도.

 

시골에서 할일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인스타 릴스를 많이 봤다.

부러운 사람들도 있었고, 재밌는 것도 있었다.

부러운 사람들을 보면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을 지내도 되는걸까?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도 많이 들었다.

 

나의 길은 무엇일까? 그 사람들을 부러워할게 아니라 벤치마킹해서 내 인생도 조금더

다채롭게 꾸며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요즘은 정말 자기 주장이 강하고 색깔도 강한 그런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다.

예를 들면 영어 공부하겠다고 뉴욕에 가서 릴스를 만들어서 재미난 영상을 잘 편집해서 

자신의 일상을 콘텐츠로 만드는 사람들이라던가.

 

영국에서 살면서 옷입는 거나 요리하는 것을 찍어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

이렇게 보니까 나는 외국에서 특별하게 사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나의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걸까? 아니면 막연한 외국에 대한 동경?!


이사를 가면 집도 예쁘게 꾸며놓고 일상 생활을 콘텐츠로 만들어 보고 싶다.

ootd라던가 인테리어 같은 것들, 내 일상을 특별하게 꾸며가고 그로 인해 나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미 내 일상을 브이로그로 만들어서 공유하고 있긴 하지만 더 예쁘게?! 하핫.

 

이렇게 연휴가 또 한바탕 지나가고 있다.

몇일 더 남은 연휴는 집으로 돌아가서 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브이로그 편집도 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2025년의 시작.(은 꽤 되었지만;)

설날 지난 후 시작해야지 하는 것들도 이제는 맞닥뜨리게된 일들이 되어버렸다.

올해가 지났을때 아무것도 아닌 한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내가 해야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유튜브 콘텐츠를 더 열심히 올리고 싶다.

나만의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 나라는 사람이 특별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이사를 무조건 가야한다.

이제 집도 보러 오기 시작했고 어느정도 다음 계획을 세운 만큼 이사를 가고나서 새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 같다.

이사를 가고나서 하고 싶은 일들은 수없이 많다. 지금도 할 수 있지만 이사 후에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졌을때 실행하고 싶다.

 

그리고 이력서 정리도 조금씩 시작해야할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 정리하고 지금까지 했던 일들, 그리고 앞으로 보완하고 싶은 일들을 잘 정리해서

나의 커리어에 어떤 일들을 발전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부업도 해보고 싶다. 부업이라고 하면 당장에 돈을 벌 수 있는 것 뿐 아니라,

추후에 내가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될만한 일들을 찾고 조금씩 발전시켜나가고 싶다.

 

사실 유튜브, 이력서 정리, 이사 가기, 부업 찾기 이정도만 해도

올해는 잘 보내는 것 같다. 그러니 거창하게 많은 일들을 떠벌리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실천해나가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더 들여다 보자.

핸드폰 만지작 거리면서 인생을 낭비하기 보다는 그 시간에 나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고요하게 멍때리는 시간도 가지면서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어보자.

 

심심하고 할 것이 없으면 책을 읽고 청소를 하자! 그렇게 나를 하나씩 비워나가는 것도 좋은 생각 같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괴감 max  (0) 2025.02.28
32세 남자의 인생 되돌아보기  (0) 2025.02.25
시골에서 쓰는 일기 #1 - 5년 후에 하고 싶은 일  (1) 2025.01.26
송혜교 브이로그를 보면서  (0) 2025.01.15
지난 일기장을 둘러보다가  (0) 2025.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