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해야 하는 이 세상에서

에르제영 2024. 8. 23. 22:23

 
어느날 마주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잘하고 있습니다. 잘 살고 있고요.'
 
뭔가 이 말이 나에게 크게 와 닿았다는 것은 약간은 "너 잘하고 있어!" 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까닭도 있을테고,
나름대로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플레이 리스트 중 나의 귀에 쏙 꽂힌 노래가 바로 안희수 님의 '이해해야 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해야 하는 이 세상에서' 이다. 원래 처럼 멜로디와 작곡에 먼저 빠져들고, 가사를 읽어보게 되었다.
 
'우리 매일 마음껏 미끄러져 보자. 우린 때론 마음껏 도망쳐도 보자. 흐트러져도 보자.'
 
나는 왜이리 미끄러지고, 도망치고 흐트러지는 것을 어려워 하는가.
 
하나의 실수라도 크게 나의 머릿속을 관통하여 오랫동안 나를 자책하는 걸까?
가끔은, 아니 매일 미끄러지는 인생이 어때서?
 
어디도 도망칠 곳 없다고 매일을 치열하게 사는 나의 입장은 또 어떠한가. 조금 도망치면 어때?
다른 샛길로 삐져 나와서 걸어가더라도 그 또한 괜찮아. 올곧고 좋은 길로만 갈 수는 없으며, 하물며 그렇게만 살아간다 하더라도 더 행복한걸까?
 
조금은 엄격하고 예민한 성격을 가진 나는 이 세상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매일같이 출퇴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도 그렇고, 내가 보기에 나와 다른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지극히 나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것들과 현상들이 있다.
 
그런 세상 속에서도 그럼에도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끔은 도망치기도 하고, 미끄러져 보기도 하고, 웃어 넘기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이해하기 힘든 이 세상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면서 잠깐 나를 흐트리더라도 그 속에서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걸로 또 충만한 하루가 채워질 것 아니냐 말이다.
 
그러니 우리, 가끔은 도망치고 미끄러지고 흐트러지며 웃어도 봐요.
오늘 갑자기 충분하게 잘 살고 있다고 느낀 나 자신처럼.